(‘황산벌’: 2003년작, 감독: 이준익, 주연: 박중훈, 정진영, 오지명)
영화 ‘황산벌’은 언어가 중요하고 특별한 역할을 하는 흔치 않은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서기 660년, 황산벌에서 백제의 계백 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일전을 벌인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백제인들이 호남방언을 사용하고 신라인들이 영남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연출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거시기’라는 표현, 무식한 욕의 사용, 방언과 표준어의 차이, 고대의 백제 어와 신라어의 차이를 보여준다.
(2) 농담, 욕설, 속어의 사용
(‘두사부일체’ : 2001년작, 감독: 윤제균, 주연: 정준호,정운택,정웅인)
코믹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이 영화에서는 몇 가지의 말장난이 나온다. 인터넷을 아는 깡패 A와 모르는 깡패 B 사이의 대화의 일부이다.
A: 멜 주소 좀 불러봐. / B: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
A: 나 요즘 카페 만든다. / B: 그 카페 우리 구역이냐?
이러한 말장난을 이용한 웃음 유발은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깡패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만큼, '비트', '파이란'에서와 마찬가지로 욕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표현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C eight(八)'혹은 그 변이형 'C foot(足)', 'C room(房)' 소리는 영어의 Fxxx 처럼 그저 평범한 어조사처럼 들린다.
'Jola', '열라‘등의 단어는 이런 유의 영화에선 단골메뉴 이기도 하다. 현실과의 공감이나 극적 긴장감 등을 유발시킬 수 는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역효과를 줄 수 있다.
(3) 일상적 언어의 사용
(‘질투는 나의힘’: 2002년작, 감독 :박찬옥, 주연 :박해일,배종옥,문성근
‘강원도의 힘’: 1998년작, 감독 :홍상수, 주연 :백종학,오윤홍)
이 영화의 상황 설정과 인물들의 대화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과장되거나 절제된 대사는 없다. '강원도의 힘'에서와 같이 그저 무미건조하고 지루할 뿐이다. 장면과 대사가 일상적인 것이라고 하더라고 아주 한정된 것만을 경험할 수 있는 보통의 개인에게 그러한 일상은 미처 목격하지 못한 일상일 수 있다. 이러한 영화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절된 일상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또는 스쳐 가는 수많은 일상적인 것에서 집중적인 시선을 제공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 언어는 그저 평범하고 양념이 되지 않은 싱겁고 무미건조한 것이라는 점이 이러한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배우들은 우리가 보통 일상에서 말하는 그대로, 일정한 톤으로 단편적인 표현들을 지루하게 쏟아낼 뿐이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술취한 목소리로.
(4) 외계언어의 사용
(‘스타워즈에피소드1’:1999년작,감독:조지루카스,주연:이완맥그리거,나탈 리 포트만)
화려한 볼거리를 제외하고, 이미 익숙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선악 대결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외계인 언어의 사용이다. 영어가 오늘날 지구에서 이미 국제어로서의 위치를 향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영화 속에서 영어는 우주의 공용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구상에 영어 이외에도 수천 개의 언어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주에도 그 이상 더 많은 언어들이 존재할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타투인 별의 외계인들인 허트 종족이 사용하는 허티스(Huttese)가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언어는 타투인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허트 종족의 언어이기 때문에 다른 종족에게도 그것을 사용하도록 강요된다. 따라서 영화 속의 주인공 스카이워커도 이 언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이 언어는 인공언어이다) 이것을 만든 사운드 디자이너 Ben Burtt에 따르면 이것은 잉카 언어의 하나인 카투어(Catua)언어를
모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언어의 소리와 단어를 채집하고 이것들을 변형하여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5) 고대언어의 사용
(‘미이라’ :1999년작, 감독 :스티븐 소머즈, 주연: 브렌든프레이저,레이첼와이즈)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를 읽으면 환생이 된다는 황당한 내용에 웃음을 머금고, 사막과 피라밋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감상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스콜피온 킹, 이모텝, 그리고 현대의 이집트인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그 말은 분명 영어는 아니고, 그 말에 대한 영어 번역이 자막으로 나온다.
영화의 첫머리에 스콜피온 킹이 기원전 30세기의 인물로 소개되니, 그가 사용하는 말은 그 당시의 이집트 어인 고대 이집트 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6) 새로 창조된 언어의 사용
(‘반지의 제왕’ : 2001년작, 감독:패터잭슨, 주연 :일라이저우드,이안맥켈렌)
고전 환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중간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러 종족이 나오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가 나온다. 이 언어와 문자는 고대 언어 전문가였던 원작자 톨킨이 만든 것들이다. 톨킨의 책 제 3권의 부록으로 그 언어들과 문자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고, 수많은 웹사이트가 톨킨의 언어와 문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소설과 영화에서 영어로 표현되는 모든 것들은 중간세계에 살던 인간, 엘프(Elf '요정'), 호빗(Hobbit), 드워프(Dwarf), 오크(Orc) 종족들이 공용어로 사용하던 공통어(Common Speech)인 웨스트론(the Westron)이다. 이 언어는 원래 인간의 언어였으나 당시 일종의 링구아 프랑카로 사용되었다. 호빗족의 경우, 그들의 원래의 언어에 대한 기록은 없다. 엘프족은 자신들의 언어인 엘프어( Elvish)를 유지하여 자신들끼리는 그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엘프어는 공통의 기원에서 출발한 퀘냐(the Quenya)와 신다린(Sindarin)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가 좀더 오래된 형태이다.
비교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언어들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려 나온다. 엘프족의 언어들도 공통의 조상의 언어로부터 갈려나온 것인데, 조상들 중 일부가 다른 지역에 살게 됨에 따라 언어의 분화를 가져온 것이다. 즉, 방언적인 차이가 궁극적으로 언어의 차이로 귀결된 것이다.
그 밖에도 악의 군대를 이루는 오크족(Orcs)의 검은 언어(the Black Speech) 등이 언급되나 언어의 구체적 형태는 제시되지 않는다.
(7) 남북한 언어사용의 차이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작, 감독: 박찬욱, 주연: 송강호,이병헌,이영애)
한민족의 분단 상황은 하나의 언어에도 다소 변화를 가져왔다. 기본적인 말투는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로 방언적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영화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그렇지만 두음법칙의 차이('로동' 대 '노동'), 어휘의 차이는 영화 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JSA 홈페이지에는 남한의 '가사'에 대한 북한말 '집안거두메' 등, 남북한 언어의 어휘 차이를 소개하는 친절함을 보이고 있다.
JSA에 근무하는 사병들의 말투에는 네, 알겠음처럼 ~음으로 끝나는 말이 많다. 사병끼리의 인사도 경례 없이 안녕하심 수고하심등으로 ~다나 ~까로 끝나는 일반 부대와는 틀리다고 한다. 이러한 언어의 차이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보여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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