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관
• 갈래 : 단편 소설 / 심리주의 소설
• 배경 - 시간 : 현대
- 공간 : 도시의 한 아파트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기법 : 초현실주의적 기법
• 주제 : 현대인의 소외 의식, 현대인의 고독과 물성화되어 가는 소외의 모습
2) 줄거리
그는 출장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다. 여러 번 초인종을 누르다 이웃 사람들과 언쟁을 한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선다. 실내는 어둡다. 아내는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외출했다.
그는 심한 고독을 느낀다. 아내로부터 더운 음식으로 대접 받기를 기대했지만 집안에는 음식조차 못 먹게 되어 있다. 신문을 보려 했으나 신문도 없다. 시계는 일주일 전의 날짜로 죽어 있다. 날짜를 맞추려다 시계를 내동댕이친다. 욕실에서 목욕을 한다. 몸을 정성 들여 닦는다. 그 후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길게 눕는다.
그러다가 화장대에 놓인 아내의 쪽지를 보며 문득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원래 그는 내일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오늘 전보를 받았다고 써 놓았다. 아마 아내는 그가 출장 간 날부터 집을 비웠을 지도 모른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린다. 그는 사납게 주위의 가구를 노려본다. 가구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도로 제 자리에 가라앉는다. 그는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물건들은 이미 어제의 물건이 아니다. 그는 술을 마시고 꽁초를 찾아 담배를 피운다. 안심이 되지 않아 집안 여기 저기를 살펴본다. 갑자기 책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방안의 가구와 온갖 기물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그는 도망가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다.
다음 다음날 오후, 한 여자가 아파트에 들어온다. 여자는 '새로운 물건'이 하나 있음을 발견한다. 여자는 며칠 동안 그 물건을 돌보다가 이내 싫증이 나 방을 떠난다. 그녀는 전과 같은 내용의 메모를 화장대 위에 남긴다.
3)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
1970년대는 경제적 근대화와 정치적 파시즘이라는 모순된 현실이 점철된 시대였다. 이 시대의 지배체제는 물질적인 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떠받들고, 다른 모든 요소를 이에 봉사하는 것, 거기에 제대로 봉사할 수 없을 때에는 얼마든지 왜곡시키거나 폐기처분해 버릴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가치관의 엄청난 전도 현상과 삶의 황폐화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외형상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빈부격차, 계층의 갈등 등이 존재했다. 이러한 모순을 안고 있는 정치세력은 국민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을 유린하고 언론의 자유를 철저하게 탄압하며 톤제체제를 강화시켜 나갔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1970년대의 국가적 상황 속에서, 문학 또한 분열과 위기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 문학은 모순적 사회 현실에 대응하는 과정을 형상화하며, 그 속에 ‘근대화’에 대한 공포와 유혹이라는 상반된 태도를 동시에 함축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이 시대에 뿌리를 내린 최인호의 문학 역시, 모순된 시대 현실에 대한 문학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4) 인물 분석
• 나 :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삶의 근거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고독하고 무력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임.
• 아내 : 그의 아내.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쪽지를 남기 고 외출한다.
아내는 화자와 대조되어 있다. 화자가 왜소하고 열등하다면, 아내는 우월하게 그려져 있다. 아내의 우월은 '성적 비대함'으로 상징되는데, 아내에 비해 화자는 성적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내는 물성화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것이다. 현대인의 물성주의와 성적 비대화는 아내에게 구현되어 있는 셈이다. 아내는 결국 성적 욕망의 과다에 빠진 현대인의 표상이라 할 것이다.
5)구조
• 발단 :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 전개 : 아내는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외출했다. 그는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 위기 : 집안의 물건들이 살아 움직인다.
• 절정 : 그는 다리가 경직되어 방에서 도망갈 수 없다.
• 결말 : 아내는 돌아와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나 곧 싫증을 느끼고 다시 외출한다.
6)인간소외1-공간적 배경
아파트라는 공간은 지극히 획일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같은 생활양식을 가지는 공간이다. 구조를 개조하지 않는 한 보통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며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배설을 해결한다. 아파트를 종적으로 잘라놓고 본다면 희극적인 모습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파트는 겉으로 공동생활공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의 호실 사이에는 벽이 존재하며 근대화 속에서 아파트라는 공통분모보다는 개인의 공간을 중시하게 되면서 그 벽은 더욱 두터워진다. 소설에서 아파트라는 공간적 배경을 제시한 것에는 근대화의 획일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을 지적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방은 벽을 의미한다. 방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벽을 가지고 있다. 작자가 아파트라는 공간 속에 방이라는 공간을 재설정한 것은 공간을 좁혀 들어가며 독자에게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소설적 장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은 아파트보다도 더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아파트는 핵가족이긴 하지만 가족의 공간으로 개인의 집합이 될 수 있다. 방이라는 공간은 대조적으로 집단이 될 수 없는 속성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파트 평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방의 공간이 늘어나기보다는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방의 개인적 특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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