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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진화하는 공론장

고대의 공론장이 성인 남성들만의 공간이었다면 현대의 공론장은 여성, 청소년, 이주노동자 등 그 사회에 속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아렌트가 고대의 관점에서 공론장에 정치적인 중요성을 부여했다면, 하버마스(J. Habermas)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시기의 부르주아 공론장을 분석한다. 하버마스는 도서관, 극장, 박물관, 연주회 등의 문화적 공론장이 커피하우스나 살롱같은 정치적 공론장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파악했다. 여기서 공론장은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 이성과 법에 의한 지배를 주장하며 여론의 힘을 통해 공권력에 맞서는 장이었다.
그런데 하버마스가 『공론장의 구조변동』 신판 서문에서 자신의 공론장 개념이 제한적임을 인정했듯이, 이 부르주아 공론장은 고대부터 구성되어온 다양한 공론장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이 부르주아 공론장이 공론장의 전부인양 잘못 오해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1970년대에 넥트(O. Negt)와 크루게(A. Kluge)가 부르주아 공론장의 배제적인 성격을 지적하면서 프롤레타리아 공론장이라는 대항공론장 개념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의 경험에 뿌리내린 노동자의 공론장은 부르주아 공론장보다 더 많은 보편성을 가질 뿐 아니라 생산의 차원으로 공론장 개념을 확장한다. 톰슨(E. P. Thompson)은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에서 선술집과 집회에서 구성되던 노동자의 공론장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교양을 가진 이성과 법치주의라는 부르주아 공론장의 특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론장의 다양한 분화와 발전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견해이다.
그 형태가 다양함에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론장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칙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평등한 발언권이다. 고대 아테네인들은 이를 이세고리아라고 불렀고, 현대인들은 이를 표현과 발언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라 부른다. 공론장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개된 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회의 지배적인 의견과 다른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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