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맘에 안 드는 것은 작가는 통일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미군을 주둔시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군 주둔이 견제의 역할도 되고 이점이 있게 보인다. 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통일이 된다면 미군이 필요할까? 아직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지만 만약 통일이 됐을 때 미군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있다. 또 한가지 영국의 일을 들 수 있다. 유럽이 연합을 하고자 했을 때 영국은 확실히 거부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분명 강한 나라이지만 작가는 영국을 말로 정의하지 않는다. 참 그때 한 순간의 판단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 아닌가 싶다. 그 회의 하나로 지위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내가 중요한 일을 맡았을 때 제발 좋은 판단력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미국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 한번씩 미국에 대한 좋은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 같고 우리나라의 통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으며 다른 나라의 선택의 일화로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새로운 지식과 교훈을 얻는 일은 항상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언젠가 우리나라도 이 체스판의 말로써 생각되어 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것을 책으로 낸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은 앞으로의 미국의 방향을 제시했고 또 그 방향은 올바르다 생각되므로 미국은 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요 정보를 이렇게 책으로 펴서 다른 곳에 흘린다는 것이 어쩌면 미국은 극비리에 이 방향보다 더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원래 중요한 일은 다른 나라에 알리지 않는 법인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체스에 비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독특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또한 미국중심. 미국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강대국이라고는 하지만 체스의 훈수꾼이라고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다른 나라를 얕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부분부터 시작해 끝부분까지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지적하고 전략을 세우는 저자의 태도가 너무 거만하게 보여서 불쾌감이 많이 들었고 저자가 사용하는 "조공국, 보호국, 극동의 한부분" 등 한국을 지칭하는 저자의 솔직한 표현들이 우리에게 강한 정서적 거부감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옮긴이가 서문에서도 밝혔다시피 이 책을 읽으면서 비미국인으로서 정서적으로 호감 가지 않고 이성적으로도 동의할 수 없지만 브레진스키의 세계전략은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세계 정책을 엿볼 수 있는 합법적 기회를 제공 한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저자는 이글을 옮겼던 김명섭씨 처럼 미국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만 어쨌든 세계정세를 객관적으로 또 주관적으로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미국은 세계의 일등적 지위를 어느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것이며 그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사항들을 명백히 제시함으로써 향후 미국을 이끌어 나갈 젊은 학생들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앞으로 세계 정책을 어떻게 펴 나갈 것인지 알아볼 수 있고, 우리가 그에 따라 우리의 이익과 손해 따져 우리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대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대륙의 파워를 서방국들에게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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